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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외국인 성폭행 소문’ 진상은?


사천경찰 “헛소문으로 결론.. 외국인 범죄 심각하지 않아”
2009년 10월 23일 (금) 11:28:07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출처 불명의 '외국인 범죄설'이 지역사회에 나돌아 진실 여부를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경찰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밝힌 가운데, 외국인 범죄 현황도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전했다. 사진은 2008년 10월에 체불임금을 달라며 자살소동을 벌이던 중국인노동자를 이정기 사천다문화센터장이 설득하는 모습이다. 큰 사고 없이 끝난 이 사건도 2008년 외국인범죄 중 하나다.

외국인과 관련한 출처 불명의 악의적 소문이 떠돌고 있어 시민들에게 또 다른 편견을 갖게 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천시 벌리동에 사는 J씨는 최근 ‘와룡공원과 노산공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여성을 강제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더라!’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알아보니 이 같은 소문이 자신 주변에 파다하게 퍼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천경찰서에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담당자로부터 전혀 사실무근인 ‘헛소문’임을 통보 받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사천시 정동면에 사는 Y씨도 비슷한 소문을 들었다며 사실여부를 기자에게 물어 왔다.

“외국인들이 초전공원에서 산책하던 신혼부부를 폭행하고, 남편이 보는 앞에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

외국인 성폭행설은 모두 헛소문

교사인 Y씨는 이 같은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고, 최근에는 사천읍 산성공원 등 새로운 장소가 등장하며 비슷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같은 소문은 그저 ‘지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사천경찰서에서 외국인 범죄를 다루고 있는 한 관계자는 22일 “지난 상반기부터 그런 소문이 슬슬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범행이 있었다는 장소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고 있는 새로운 소문들에 관해서도 “확인 결과 모두가 헛소문”이라며 시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외국인 성폭행설'은 이곳 초전공원을 비롯해 노산공원 와룡공원 산성공원을 무대로 흘러나오고 있지만 경찰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헛소문이 끊이지 않는 걸까?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사천시 체류 외국인은 1788명이다. 이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514) 베트남(446) 인도네시아(193) 필리핀(92) 미국(62) 스리랑카(59) 일본(43) 등의 순이다.

이들 중에는 사남면 일반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거나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배를 타는 선원들이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또 여기에는 결혼을 통해 사실상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결혼이주여성도 400여 명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사천경찰에 따르면 2007년에 4건, 2008년에 10건, 그리고 2009년 9월까지 6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살인을 비롯한 강력범죄는 1건도 없으며, 대부분 절도와 단순 폭력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폭력도 자국민들끼리 다툰 경우가 대부분이고, 절도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외국인 범죄는 극소수, 심각한 수준 아니야"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의 대부분은 무면허운전 등 오토바이를 둘러싼 것이고, 외국인이 내국인을 상대로 강도 또는 강간하는 강력 범죄는 없었다”면서 “시민들이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빈도나 내용 면에서 외국인 범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님에도 왜 외국인을 둘러싼 강력사건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걸까.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이정기 소장은 잘못된 선입견과 그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아마 이런 소문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미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니라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의 발로가 아닐까?”

적어도 2009년10월 현재, 사천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범죄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각종 소문도 자제해야 하겠다. 사천다문화센터 벽그림.
이 소장은 “동남아시아계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사남면의 한 마을이장이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니까 왠지 불안하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마을이장이 이정도면 마을주민들은 어떨까”라며 피부색으로 사람을 가늠하는 현실이 여전함을 개탄했다.

이번 ‘소문’을 알려준 제보자 J씨는 “이런 헛소문이 계속 나돌게 놔두면 외국인을 향한 편견이 더 심해지고, 결국 한국인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제보 이유를 밝혔다.

어쨌거나 2009년 10월 현재, 적어도 경남 사천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