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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보도자료

(공감코리아) 졸업장 없는 설움, 100% 합격률로 털어내

 

 

졸업장 없어 서러웠던 이주여성들, 등록만 하면 합격!

-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검정고시 합격률 100%…관심과 채찍이 성공비결

 

 

 

[경남 사천]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반을 운영하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2년 연속 100% 합격률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경남지역 고졸 검정고시 합격률이 60%대인데 반해,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매번 응시자 전원이 100%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검정고시 ‘명문기관’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곳의 과정을 이수한 결혼이민여성 4명이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응시해 합격했으며, 올해는 5명이 고등학교 졸업, 1명은 중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금까지 합격 인원은 총 10명. 이 가운데 9명은 각각 1년 만에 초·중·고교 학력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했다. 전국 1호 간호조무사도 배출했다. 중국에서도 이루지 못한 대학진학의 꿈을 이룬 여성도 2명이나 된다.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검정고시 반을 운영하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2년 연속 100% 합격

                               률을 올려 화제이다.

 

이정기 사천다문화통합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학력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봤다.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중 언어가 가능한 결혼이주여성들의 장점을 살려 취업을 돕기 위해 2010년부터 검정고시 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 합격 비결을 묻자, 이 센터장은 “스파르타 교육으로 열심히 공부시켰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센터의 특성상 지역 네트워크가 활발해 재능기부로 8명의 강사들이 열정적인 강의를 선물해주셨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쪽지시험을 쳐서 긴장을 끈을 놓치지 않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써 제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는 임이의(중국출신·31)씨는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앞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문을 열었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부터 시작해 1년 만에 초·중·고교 학력 검정

                                에 모두 합격한 임이의(왼쪽)씨와 이연화(오른쪽)씨.

 

6년 전 한국에 왔다는 임 씨는 센터에서 ㄱ, ㄴ, ㄷ부터 시작해 검정고시 합격, 운전면허 취득, 대학 합격까지 이룬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 그는 “중국의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인정이 되지 않았다. 취업을 하려고 해도 번번이 퇴짜를 맞곤 했다.”며 “높은 취업문턱에 학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이주여성들은 그녀를 향해 ‘공부벌레’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30분 수업을 들으면 1시간은 한국어 단어 공부에 매달릴 정도로 하루도 빠짐없이 철저히 예습·복습을 했다. 임 씨는 “국사와 과학은 단어 자체가 어려워서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다. 15명이 함께 수업을 들었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반 이상이 중도 포기했다.”며 “힘들 때마다 센터장님께서 다독여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악바리 기질을 발휘한 임 씨는 초·중·고교 12년 과정을 단 10개월 만에 합격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인생을 통틀어 저를 무한히 신뢰하고 관심과 애정을 쏟아준 곳이 다문화센터였다.”는 그는 “한 단계 성공할 때마다 만족하고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준 덕분”이라며 겸손해했다.

임 씨는 이제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으로 낮에는 의료관광중국어학과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밤에는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닌다. 주말에는 밀린 과제물과 집안일, 아이들을 돌보는 통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이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주여성들은 “검정고시를 통해 앞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

                                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600평 상당의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연화(32)씨는 처음부터 합격을 목표로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이가 커갈수록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한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며 “엄마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검정고시 반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국어와 사회를 꼽았다. “단어조차 생소하고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몰라 몇 번 이고 포기하고 싶었지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합격한 뒤에도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계속 복습하고 있지요.”

검정고시 합격 후 그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한국어가 서툴러 말도 행동도 항상 조심스러웠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여성들과 함께 공부하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지금은 먼저 다가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밝아졌다. 센터를 통해 많은 걸 얻고 배웠기 때문에 앞으로는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모녀가 동시에 검정고시를 합격하기도 했다. 정하월(42·왼쪽)씨가 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출신 모녀가 동시에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보육교사를 꿈꿔왔던 정하월(42)씨는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고졸 학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검정고시에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중국에 두고 온 딸이 늘 마음에 걸렸다는 그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딸을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

입국하자마자 함께 검정고시 반에 등록했다는 정 씨는 “ 딸은 영어를 잘하고, 저는 국어를 잘해 서로 상부상조했다. 목표를 정해서 친구처럼 공부를 할 수 있어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간의 노력 끝에 두 모녀는 올해 초·중·고교 졸업 학력을 취득할 수 있었다.

졸업 증서를 받는 날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는 정 씨는 “남들에게는 종이 한 장일 뿐이지만 제게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첫 걸음”이라며 “늦은 나이지만 한 단계씩 성장할 때마다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년 3월 보육자격증도 취득해 이중 언어가 가능한 보육 교사로 활약하겠다.”며 포부를 내비쳤다.

 

                                초·중·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주여성들이 이정기 센터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 씨의 딸 문향란(20)씨는 “6년 동안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방황도 많이 했다.”며 “한국에 와서 엄마와 함께 살고, 서로 경쟁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했던 시간이 내 생에 가장 큰 행복이었다. 대학에도 진학해 전문직 여성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2004년 설립된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사천시의 지원과 각종 기부금으로 지역 다문화 가족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결혼이주여성의 해외현지 가정을 방문해 영상편지와 선물을 전달하는 ‘사랑의 배달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행정안전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올해는 ‘다문화자녀 희망프로젝트’를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정기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용기를 갖고 도전한다면 한국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음은 물론 남은 인생에 새로운 길이 펼쳐질 것”이라며 “앞으로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전문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책기자 박하나  ladyhana05@naver.com

등록일 : 2012.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