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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보도자료

국내최초 결혼이주여성 간호조무사, 로첼 A 마나다 씨



 

시험만 보면 합격하는 줄 알았어요.

"일 년여를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을 했는데도 곧바로 자격증이 나오지를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같이 공부한 한국인 동료들은 자격증이 나왔는데, 저는 계속 아르바이트로 일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진짜 간호조무사가 되었답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시집 온, 남편과 두 아이를 얻고 한국인이 될 로첼 씨. 결혼 후 살림만 하던 그녀가 2009년 경상남도에서 주관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기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제가 한국말이 서투르니 전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한글을 다시 공부해야 했어요. 그다음 2개월 동안 공부를 하고 다시 5개월간 실습, 또 자격증에 대비해 3개월 동안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가족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로첼 씨에게 길을 열어준 곳은 지금 근무 중인 삼천포서울병원, 이 병원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결혼이주여성들도 전문직업을 가져야 생활이 안정될 수 있다"라고 이정기 센터장이 의견을 냈고,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 지원자가 있으면 무상으로 교육시키겠다"고 마음을 모았다. 이후 로첼 씨를 비롯한 두 명의 이주여성이 전액 무료로 병원 부설의 간호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로첼 씨는 처음 합격 통보를 받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로첼 씨는 자격증을 받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교육 과정이 12년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필리핀은 10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자격증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 "고등학교 졸업 학력은 반드시 있어야 하다는 것이었어요. 필리핀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증명이 필요했어요."

결국엔 필리핀에서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받아 와야 했다. 해당 학교에서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아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 제출하면, 한국대사관은 확인 작업을 거쳐 외교통상부로 넘어가는 단계를 거쳐야 했다. 또 이 과정에 로첼 씨의 자격에 대한 관련부처의 법적 해석이 필요했다. 다행히 고심 끝에 보건복지가족부는 "10년 학제"이지만 간호조무사 과정이 상급학교 진학에 준한다고 판단해서 필리핀에서의 고졸 학력을 인증해주기로 한것이다. 그렇게 로첼 씨는 5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정식 간호조무사로 인정받게 되었다.

'미소 천사' 로첼, 간호사의 꿈을 키워요

로첼 씨는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앞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서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지금은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지만 좀 더 공부해서 정식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로첼 씨는 몇 해 전,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들은 물론 동료들도 로첼 씨를 '미소 천사'라고 부른다.

 간호조무사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로첼 씨에게 도움을 줬던 김미진 수간호사는 로첼 씨를 통해 밝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말이 서툴러서 걱정이 좀 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은 영어에 능숙한 로첼 씨를 더 편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32병동은 중증환자와 치매노인을 돌보는 병동이거든요. 주 5일 3교대로 근무하면 피곤할 만도 한데 로첼 씨는 늘 웃으면서 환자를 대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로첼 씨는 오늘도 연실 싱글벙글한다. 그녀의 환한 미소에 환자들은 모두 편안해진다. 그리고 행복해진다. 

기자 이강 / 사진 정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