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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보도자료

[국경넘은 사랑의 배달부-5]왜 그들은 코리아드림을 꿈꾸는가?

귀한 풍선,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

2010년 10월 01일 (금) 16:29:20 허귀용 기자 enaga@news4000.com

수나르또씨의 가족들(뒤편 오른쪽부터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힌두사원과 멋진 풍경으로 유명한 송고산에서 1시간 정도 머문 우리는 인도네시아 5번째 가정인 수나르또씨의 가족이 있는 빠띠로 향했다. 빠띠까지는 106km로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길치’ 운전기사 바유스씨의 덕택(?)에 예정시간 보다 30분가량 늦게 수나르또씨의 집에 도착했다.

이주노동자 수나르또씨가 한국에서 보내 온 돈으로 지은 집이다.
최근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수나르또씨의 주택은 허름한 이웃의 주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멋졌다. 이 주택 역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수나르또씨가 한국에서 몇 년간 흘린 땀으로 모은 돈으로 지어졌다.

이전에는 가난한 살림 때문에 당장 먹고 사는 일조차 힘들어 새로 집을 지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행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주택처럼 수나르또씨의 주택 구조는 이슬람식으로, 내부 천장이 상당히 높은 1층 집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손님을 맞는 응접실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또 다른 응접실이 나온다.

이 센터장은 “여기는 응접실이 2개 인데, 입구 쪽 응접실은 손님을 위한 것이고, 안쪽 응접실은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며 “안쪽은 가족이나 귀한 손님이 아니면 내놓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귀한 안쪽 응접실에서 미안할 정도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수나르또씨의 집 입구쪽에 위치한 응접실(손님을 맞는 응접실이다-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족들이 쉬는 응접실이 하나 더 있다.)
이 센터장과 나는 평상시대로 가족들에게 영상메시지를 전달하고 촬영하는 사이, 택시기사 출신인 최연수씨는 한국에서 가져온 각양각색의 풍선을 불어서 이웃 꼬마들에게 나눠줬다. 촬영을 마친 나는 물론 하언이, 이영찬씨와 그의 아들 우준이도 거들었다.

대부분의 꼬마들은 제대로 씻지 못해 금방이라도 땟국물이 흘러내릴 듯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커다랗고 해맑은 눈으로 풍선 하나에 마냥 좋아하고 기뻐하는 그들의 천진난만함은 세파에 때 묻지 않은 천사의 모습과 흡사했다.

풍선을 나눠주자 동네 아이들이 끝없이 몰려 들었다.
풍선을 무료로 준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얼마 되지 않아 인근에 있는 아이들이 갑자기 모여 들면서 2백 개가 넘는 풍선이 수 십 분 만에 동이 나 버렸다. 한국에서 흔하디흔한 풍선이 이곳 꼬마들에게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았다. 뒤늦게 온 아이들은 풍선을 받지 못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기세였다. 하지만 도리가 없었다. 아직 두 곳을 더 방문해야 했기에 여기에서 더 나눠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성악가 출신으로 음반까지 낸 이영찬 코끼리어린이집 원장이 이웃 주민들과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풍선을 더 사면되지 않겠냐고 하시겠지만, 귀한 풍선을 사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로 가야 한다. 한국과 달리 이곳의 대형마트는 대도시에만 주로 있고 소수에 불과한데다가 사실상 빡빡한 일정 속에서 풍선을 사기 위한 여유는 없었다.

수나르또씨의 가족으로부터 푸짐한 저녁을 대접받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 7시30분쯤 다음 가정인 이주노동자 이드리스씨의 친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나르또씨의 가족이 내놓은 음식들(닭 튀김과 물에 살짝 데친 각종 채소류,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대 과일 등 푸짐하게 차려 줬다.)
이드리스씨의 친척이 있는 곳까지는 360km, 10시간 가까이를 달려야 한다. 또 다시 달리는 차량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불편한 자리인데도 모두들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이영찬씨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첫 날부터 ‘길치’ 운전기사 바유스씨의 운전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씨는 그의 운전솜씨가 못 미더웠는지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몰려드는 피곤함에 간간히 선잠을 자는 듯 했지만,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놨다.

그러자 베테랑 이 센터장은 “길을 제대로 못 찾는 거 빼면 이 정도의 운전은 괜찮다”고 계속 안심시켰다.

8월6일 오전 새벽 5시에 이드리스씨의 친척이 있는 집에 도착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의 친척들은 이미 말끔하게 차려 입고 우리를 맞았다.

하언이는 새우잠에 피곤했는지 응접실에 있던 소파에 앉자마자 무거운 몸을 기대고 가시지 않은 잠을 또 청했다. 그것도 잠시, 인근에 살고 있는 이드리스씨의 아내와 아들이 이곳에 도착해 잠깐의 휴식에서 깨어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