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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보도자료

그들은 왜 자살소동을 벌였나


중국노동자들이 털어놓은 이야기
2008년 10월 09일 (목) 10:37:16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중국인 노동자 2명이 2층건물 옥상에 올라가 “밀린 임금을 달라”며 농성하는 일이 일어났다. 경찰의 조사를 받기 직전 이들이 어떤 심정으로 건물 옥상에 올라갔는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밟은 한국땅, 그러나...

8일 수산 건물옥상에 올라가 농성을 벌인 중국인은 2명이었지만 임금을 못 받은 사람은 모두 4명이다. 양씨, 리씨, 강씨, 천씨 이들은 중국 하남성에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2005년10월에 한국 땅을 밟는다. 소개회사에는 60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급한 상태.

그러나 일할 곳은 마땅찮았다. 결국 가장 고된 일 가운데 하나이고, 그래서 한국노동자들이 꺼리는 ‘배타는 일’을 하게 된다.

배타는 일은 아주 고됐다고 한다. 어떤 날은 24시간 내내 일하기도 하는 등 쉬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 또 더러는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착한 업주도 만났지만 구타와 욕설이 난무해 도망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여하튼 이들의 첫 직장은 마산에 소재한 ㅆ수산. 여기서 리씨, 강씨, 천씨는 2005년10월11일부터 이듬해 5월3일까지, 그리고 양씨는 그 이듬해(2007년) 1월11일까지 일을 한다.


임금 못 받아 소송까지

이들의 임금은 연수수당 명목으로 나오는 75만원이 전부. 그러나 사업주는 이것마저 제 때 주지 않았다. 그래서 알선회사의 도움을 받아 노동사무소와 경찰, 법무부, 공익변호사 등을 찾아가 하소연을 한다. 급기야 민사소송까지 이어진다.

창원지방법원은 2008년4월4일에 이르러서야 “리씨, 강씨, 천씨에게 각 266만원, 양씨에게는 583만원을, 그리고 2007년1월26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다. 이제 모든 문제가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피고인 업체대표 진씨가 판결 일주일 전인 3월27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식이 알려진다. 이들은 상속자인 진씨 부인인 이씨를 찾아가지만 여전히 돈 받기는 어려웠다. 소송 과정에 양씨가 이씨의 친정아버지에게서 32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


이틀 지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들의 한국 체류기간 만료일은 2008년10월10일. 마음은 급했지만 다시 소송을 준비했다. 상속자인 이씨로부터 돈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사건발생 하루 전까지 법무법인을 찾아가 상담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8일 점심 무렵, 다시 이씨의 친정아버지 회사인 ㄷ수산을 찾아가 딸의 연락처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알려주지 않자 그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들은 어젯밤 경찰의 조사를 받고 풀려나 사천이주노동자센터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9일 오전 현재, ㄷ수산 대표와 알선회사 관계자 그리고 노동자센터 이정기 사무국장과 밀린 임금에 관해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