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품 안에서 밝은 미래로 커다오”
[2011.01.16 19:33] | |
“우와! 얘들아 저것 봐. 펭귄이야, 펭귄.” “수달이 지나가고 있어. 못 가게 막아봐.”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수달을 보며 어린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동 63씨월드를 찾은 다문화가정 자녀 23명은 물개와 바다표범, 가면놀래기 등 바다 속 포유류와 해수어 등을 보며 흥겨워했다. 지난 13일 경남 사천에서 고속버스로 서울에 도착한 초등학생 18명과 중학생 5명은 목동제자교회의 도움으로 4일간 서울 나들이를 했다. 이들은 국립서울과학관과 국회, 63빌딩 전망대, 교보문고, 롯데월드 등을 돌아보고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저녁엔 교회에 모여 진로·적성검사와 영어캠프도 가졌다. “재미있냐고요?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돼요.” 필리핀 엄마를 둔 민정(12)이는 다음날 롯데월드를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씨월드 관람 후 찾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어린이들은 쉴 새 없이 조잘댔다. 사실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엄마 나라의 독특한 음식을 먹고 2∼3회 해외 외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것 정도. “엄마의 나라는 열대과일과 수영장이 있어서 좋아요.” 서울에 두 번째 왔다는 성원(11)이는 자신을 “필리핀인 절반, 한국인 절반”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상경한 다문화 자녀들의 엄마 국적은 10개가 넘는다. 일본인 엄마를 두고 있는 유진(16)이는 “친구들이 엄마가 일본 사람이라는 걸 무척 신기해한다”며 “타코야키를 가끔 해주시는데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웃었다. 이번 서울 나들이가 성사된 건 지난해 7월 목동제자교회 청년 60여명이 국내선교를 떠나면서부터. 청년들은 경남 사천 고읍리에 위치한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영어캠프를 개최하고 다국적 엄마들을 모아 검정고시 공부와 운전면허 연습을 도왔다. 목동제자교회 이상렬 부목사는 “이들은 10년, 15년 뒤 한국 사회의 미래가 될 아이들로 세계 선교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나들이에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목동 영어학원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청년 3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교회 성도들은 치킨과 피자 등 간식을 준비하고 식사대접에 나섰다. 성도 10가구는 아예 집을 개방했다. 교사로 참여한 이보람(31·여)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마음이 닫혀 있을 것이라 걱정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사랑이 참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장 이정기 목사는 “부모 간 나이가 많게는 스무 살, 적게는 열 살 이상 차이 난다”면서 “최근엔 다문화가정에서조차 이혼과 재혼이 늘고 있어 아이들이 정체성 혼란을 심하게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목사는 “한국어가 서툴고 문화에 익숙지 않다보니 한국 엄마들만큼 돌보지 못해 이아들이 방치된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외국인 엄마들의 진정한 ‘코리안 드림’은 예수이고 아이들을 진심어린 사랑으로 돌볼 수 있는 곳은 교회뿐이라는 사실을 한국교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간식봉투를 받아든 채 사천행 버스를 탄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면서도 “다음에도 꼭 불러 달라”는 말을 남겼다. 중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쉬움을 나타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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