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일) 사천 지역 50여명의 이주노동자과 스탭이 모여 가까운 곳이면서 볼거리가 많은 순천으로 전통문화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찾았습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오락가락해서 약간 쌀쌀함도 느껴졌지만, 펄펄 끓는 젊은 피를 멈춰 세우지는 못하는가 봅니다. 방글라데시 친구들은 지금도 고향 마을에 가면 소가 끄는 수레도 있고, 초가집도 있다며 마치 고향에 온것처럼 신이나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의 읍성들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된 것 중 하나입니다. 마을 이곳 저곳에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예전의 우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마침 동네 어귀에 전통가옥 체험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피리를 만들고 계신 장인 한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과 이분이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서로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눕니다. 그러고보니 예전 우리네 인심이 저랬었지요. 찾아 온 손님을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정이 참 많은 민족이었지 않습니까? 요즘같이 다인종 다문화를 외치는 시대에 민족을 들먹거리는것이 맞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사람과 정을 나누는것이 예전만 못한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낙안읍성을 뒤로하고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가을 낭만을 느끼기에 최고인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을비를 머금은 갈대밭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가슴이 설레입니다. 오늘 함께 동행한 이주노동자들도 저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그리워했겠지요.
이주노동자 전통문화탐방이라고 하면 대개 화합, 문화적 이질감 해소, 조속한 정착 등의 단어를 나열하기 일쑨데 오늘은 그런 단어들 다 빼버리고 그냥 '즐거웠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는 당신들과 함께해서 즐거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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