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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사천) 검정고시 합격한 사천 결혼이민여성들..

“취업 꿈 이룰래요!”   ‘말도 서툰데..’ 초중고 1년 만에 통과
2011년 05월 12일 (목) 18:44:00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검정고시반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이 공부하는 모습.
경남 사천시에 거주하는 중국 한족 출신 결혼이민여성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1년 만에 우리나라 초중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해 화제다. 이밖에 조선족 출신 결혼이민여성 3명도 고졸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관련기사 내 학력 알아주는 곳은 어디?>

임이의(29) 씨는 2007년 9월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4년째 사천시에 거주하는 주부다. 한국어를 곧잘 하는 그녀는 그동안 취업을 희망했지만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기업체들로부터 취업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문직으로 눈을 돌려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고졸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시도조차 못 해봤다. 결국 학력이 취업의 걸림돌이란 걸 안 임 씨는 2010년 3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고졸검정고시반’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5월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을 시작으로, 3개월 후인 8월에는 다시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난 4월에는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까지 합격함으로써, 내국인도 쉽지 않은 초중고 12년 과정의 학력을 1년 만에 취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 지난 4월 있었던 고졸검정고시에서 당당히 합격한 결혼이민여성들. 왼쪽부터 박선화, 윤은화, 임이의, 조춘화 씨. 그리고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권아현 자원봉사자다.
임 씨와 함께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한 조춘화(37) 씨도 초중고 12년 과정을 1년 만에 통과한 주인공이다. 조 씨는 조선족이어서 우리말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힘든 일을 해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임 씨와 조 씨의 공통점은 중국에 거주할 당시 이미 중학교 또는 비인가 고교과정을 거쳤다는 것. 하지만 국내에서 그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검정고시를 준비한 경우다. 참고로 결혼이민여성이 이전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해당국가에서 발급하는 학력인증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들 말고도 중국 조선족 결혼이민여성 박선화(32) 씨와 윤은화(34) 씨 역시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함으로써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고졸검정고시반은 ‘전원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이정기 센터장은 “결혼이민여성들이 의외로 고국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나 성적을 낼지 걱정스러웠는데 결과에 너무 놀랐다”며 기뻐했다.

▲ 검정고시반 결혼이민여성들과 이들을 가르친 자원봉사자들.
검정고시 합격으로 고졸학력을 인정받은 이들 결혼이민여성들은 하나 같이 취업의 꿈에 부풀어 있다. 이미 간호조무사 과정에 등록해 공부를 하고 있는 조춘화 씨는 간호조무사가 되겠다는 포부다. 또 박선화 씨와 윤은화 씨는 보육교사 등 취업전문교육과정에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한족 출신의 임이의 씨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할 계획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는 데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도 한몫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단체는 경상남도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로, 2004년부터 사천지역의 다문화가족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검정고시반 운영은 지난해 경남도여성발전기금 300여만 원을 지원받아 시작했으며, 올해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다.

사천에서 이룬 ‘고교졸업 검정고시 전원합격’의 축복이 전국 18만 결혼이민여성들에게도 퍼져나갈지 기대를 모은다.